Kim, In Tae

Artist

CRITICAL

오리엔탈 앰버(Oriental Amber) 

by Marco Izzolino

 

 

  내가 올라탔던 나비 중에 가장 아름다웠던 나비가 갑자기 유리막 밖으로 빠져나가 장난치듯 점점 멀어지더니 창공을 향해 날아올랐어...나 또한 플라토니아(Platonia)에서 태어났고, 그럴 수만 있다면 높은 산봉우리를 빙글빙글 선회하는 아이디어들을 자네와 함께 보고 싶어. 나는 정말이지 우리의 아가씨가 팔랑거리며 나를 찾아온다면 그녀와 함께 즐거이 날갯짓하고 싶어.

아비 바르부르크(Aby Warburg)가 안드레 욜레스(André Jolles)에게 (1900)

 

  2017년 6월 15일, 이탈리아 카프리 섬의 리퀴드 갤러리(Liquid Gallery)에서 한국의 조각가 김인태의 첫 번째 단독 전시회가 열린다. 김인태 작가는 카프리 섬에서 대형 작품들 몇 점을 포함한 그의 최신작을 공개할 예정이다. 그동안은 김인태의 작품을 구조적인 측면에서 해석하는 관점이 부각되어온 경향이 있다. 이를테면 가장 작은 단위들인 물질, 형상, 감각이 한데 모여 조립된 어떤 것으로서 그의 작품을 설명해온 것이다. 이는 모든 조각 작품 각각이 하나의 전체로서 지니는 의미들을 설명하는 데 편리했을 것이다. 그의 작품을 가장 작은 단위들의 조립으로 묘사하는 것 혹은 하나의 전체적인 형상으로 설명하는 것은 관람객에게 두 가지 상반된 관점을 전달한다. 즉 현미경으로 가까이 들여다보는 것과 같은 관점과 망원경으로 멀리서 조망하는 것과 같은 두 개의 관점이 동시에 상존하는 것이다. 이러한 방식으로 그의 작품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결국 영화의 편집기법이라는 메타포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 하나의 이야기란 여러 중요한 장면들 낱개의 총합이라는 식이다.

  동쪽에서 출발하여 지중해라는 바다를 통과해 서쪽으로 넘어온 김인태의 작품은 역사적이고 도상학적인 많은 암시들로 이번 전시를 채울 것이다. 이번 전시가 김인태 작품의 연구에 새로운 영감과 새로운 방향을 제공하는 기회가 될 지도 모르겠다.

  고대의 페니키아 상인들이 처음으로 무역로를 개척한 이래로 지중해 연안의 사람들은 극동 지방의 물건들을 수입해왔다. 그 무역로를 통해 건너온 물건들은 지중해 동쪽 연안에 위치한 마을들에까지 닿았다. 실제로 그 물건이 동쪽에서 온 것인지는 차치하고, 각기 다른 연대에 쓰인 책들과 문서들에서 묘사된 바에 따르면, 적어도 사람들은 그 물건들이 동쪽에서 왔다고 믿었다. 서양의 역사와 문화에서 동쪽은 신비의 땅이었다. 사람들은 그 물건들이 아주 먼 곳에서 왔다는 것만 알 뿐, 그 기원에 대해서 정확히 아는 바가 없었다. 이로 인해 동쪽에서 온 물건들은 더더욱 마술적이고 신비한 힘을 갖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카프리에서 전시되는 김인태의 조각 작품들은 흥미롭게도 모두 동물을 묘사하고 있으며, 하나의 조각은 나비를 형상화한 작은 단위의 금속 조각들의 접합으로 이루어져 있다.

  서양의 그리스라는 나라에는 로도스 섬이 있는데, 이 섬에는 아주 유명한 장소가 있다. 나비 계곡(Butterfly Valley)이라고 불리는 곳이다. 이 계곡은 국립공원으로서, 면적이 약 18만평에 달한다. 펠레카노스(Pelekanos)라는 강을 따라 뻗어 있는 이 계곡에서는 희귀종에 속하는 동식물군을 만날 수 있다. 하지만 이 계곡이 아름다운 명소가 된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7월 말에서 9월 말까지의 시기 동안 이 공원은 수백만 마리의 나비들로 가득 찬다. 낮 동안 나비들은 바위나 식물에 드리워진 그늘에서 휴식을 취한다. 나비가 사방을 덮고 있는 그 모습은 카페트를 연상시키면서 하나의 장관을 이룬다. 이는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광경이기에 인상적이다.

  이러한 현상이 일어나는 원인은 그리스의 섬과 터키의 일부 지역에 서식하는 특별한 나무에 있다. 동양풍나무(Liquidambar Orientalis)라 불리는 이 나무는 아나톨리아(Anatolia)의 남서 지역 일대와 로도스 섬에서만 볼 수 있다. 7 미터 높이까지 자라는 이 관목이 달콤한 나뭇진을 만들어 향을 풍기면 나비들이 자기도 모르게 그 향에 이끌려 나무를 찾는다.

  이 나무의 학명 ‘Liquidambar’는 말 그대로 나무껍질 속에 존재하는 액체(liquid) 형태의 호박빛(amber) 수지(樹脂)라는 뜻이다. 사실 이 나뭇진은 고대 때부터 유명했다. 풍나무의 진은 처음에는 고대 페니키아 상인들에 의해 서양에 향수로 거래되었고 나중에는 그리스인들이 이 무역을 이어갔다. 파우더(나무껍질을 갈아 만듦), 정제유(향과 함께 태우는 데 사용), 연고 등으로 사용된 이 나뭇진은 ‘검은 소합향(Black Storax)’, ‘오리엔탈 앰버(Oriental Amber)’, ‘스위트검(Sweetgum)’ 등으로 불렸다. 16세기에 쓰인 여러 문서들을 보면 이 나뭇진의 기원은 명확하지 않을 때가 많으며 ‘오리엔탈’이라는 총칭으로 언급된다. 이 ‘오리엔탈’이라는 말에는 인도 사람이 가져온 교역물이라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었다. 반면 ‘오리엔탈’의 용도만큼은 매우 명확했다. 사람들은 잠을 잘 때 나타나는 꿈속의 형상들을 가능한 한 뚜렷하게 보기 위해 ‘오리엔탈’을 사용했다.

  김인태는 나비를 하나의 ‘작은 단위’로 사용한다. 나비는 언제든 멀리 날아갈 것만 같다. 나비는 형상이란 환영(illusion)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반면 관람객이 보기에는 조각 전체의 형상이 손에 잡힐 듯이 매우 분명하다. 그러나 그의 조각을 해석하다 보면 ‘이미지라는 것이 얼마나 허술한가’ 하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나비들이 날아오르는 순간 그의 조각은 사라져버릴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작가가 만든 것은 견고한 강철 조각임에도 불구하고, 조각 전체의 형상 속에서 실재하는 것과 실재하지 않는 것 사이의 경계는 겨우 하나의 가느다란 선에 의존하는 것처럼 보인다. 각각의 작품은 우리의 삶에서 어떤 때에는 견고한 것처럼 보이고 또 어떤 때에는 그저 환영에 지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소망들을 시사하고 있다.

  과거와 현재의 사이에서, 동양과 서양의 사이에서 신비한 암시들이 서로 얽혀 들어가는 것처럼 보인다.

  김인태는 수천 마리의 나비들을 연결하여 ‘형상을 기만하는 형상’을 창조해냈다. 그의 작업 과정은 로도스의 계곡에서 실제로 일어나는 자연 현상을 떠올리게 한다. 수백만 마리의 나비는 모든 것을 완전히 덮는다. 나비들이 덮은 바위나 나무는 형상의 견고함을 잃어버리고, 나비들의 몸체로만 이루어진 어떤 형상을 보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나비 떼를 유혹하는 이 나뭇진은 수세기 동안 서양에서 꿈속의 이미지를 또렷하게 만드는 데 사용되었다. 꿈, 그것은 삶에서 가장 기만적인 것이며 동시에 인간의 욕망이 투영된 것이기도 하다.

  자연에서 뿐만 아니라 김인태의 예술에서도 나비들은 기만적인 형상을 창조한다. 자연의 나비는 나무의 수액에 이끌린다. 그리고 그와 똑같은 수액, 즉 오리엔탈 앰버는 서양인들의 환상과 아이디어, 야망에 형상을 입히는 데 사용된다. 김인태의 조각에서 이 수액은 작가 자신이 스스로의 환상과 아이디어, 야망에 형상을 입히기 위해 사용한 영감의 원천이다.